쓰는 사람

한국 시각 매체 연구의 공공성

@walseek 2017. 9. 30. 13:05

한국 시각 매체 연구의 공공성

2016. 04. 12 파티 디자인인문연구소 김윤정


지난 4월, 이상하리만치 갑자기 추워진 파주에서 정병규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열화당 책박물관에서 소장 잡지를 전시하는데, 정선생님이 초대 연사로 한국의 잡지라는 매체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후배들을 위한 잡지 디자인론을 간략하게 나누어 주신 것이다. 한국 잡지 역사의 키워드는 ‘계몽’—‘투쟁’—‘카탈로그’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파티 디자인인문연구소의 최범 선생님이 모 디자인 잡지를 ‘디자인 포르노’라고 평하신 것이 떠올랐다. 일맥상통했다. 가장 잘 팔아치우기 위한다면 카탈로그가 포르노가 되는 것보다 손쉬운 방법이 있을까.  

나는 파티 디자인인문연구소에서 그림책과 타이포그라피라는 주제로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시각 언어를 연구하고 있다. 수업 준비를 위해 강연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한국의 60~80년대 어린이 문학과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정선생님이 60년대에 발행된 독일 잡지 twen의 스프레드를 보여주며 잡지 디자인을 이야기하실 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한국 어린이 책의 모습이 순식간에 대조될 수밖에 없었다. 60년대 독일 잡지 디자인과 한국의 어린이 문학책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잡지를 만드는 사회가 만들어낼 어린이 책의 만듦새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기에,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