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
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김윤정
오랜 시간 그림책은 어린이 문학의 하나로, 텍스트의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로 이름 지은 이 장을 통해 소개하는 그림책은 그림이 글을 설명하기 위한 삽화의 범주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이 그림책 속의 텍스트는 이야기를 구술하는 역할과 동시에 그림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낭독의 대상이라고 하는 그림책의 핵심적인 특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대부분 그림책의 타이포그래피라고 하면 ‘글 상자’부터 떠올릴 것이다. 그림책에서 텍스트가 딱 떨어지는 ‘상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글 면’이라는 용어가 적합할지 모르겠다. 그림이라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한 지면에 공존하는 레이아웃은 그림책의 큰 특성 중 하나다. 그 특성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가 그림책 작업을 곤혹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림 작가의 작업에 맞는 서체를 찾는 일이나, 부족한 공간에 적절히 텍스트를 배치하는 작업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디자이너의 이런 고민은 그림책의 글 면이 분명 텍스트로 만들어졌지만, 그림책이라는 특정 환경 속에서 일반적인 책에서보다 강한 이미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텍스트로서 텍스트’라도 그림책 안에서는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그림책의 글 면이 가진 ‘텍스트로서 이미지’를 생각해 볼 수있다.
디자이너의 텍스트 작업과는 별도로 그림책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이포그래피를 찾는다면 그림 속에 그려진 텍스트, 즉 작가의 레터링 작업을 꼽을수 있다. 이 경우는 좀 더 명백한 ‘이미지로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그림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인식되는 그림책이라는 매체 안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나름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발전 과정과 정도가 지역과 작가에 따라 모두 다르므로 작품 선정에서 특정 국가나 시대를 기준으로 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선정한 작품들을 통해서 작가, 혹은 작가로서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어떤 새로운 시각적/서사적 소통을 시도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내게 이 작업은 그림책 작업자로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작이 될 것이다. 息
2015. 12. 30. 지도 스승: 박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