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로 시작하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사노 요코의 『태어난 아이』다. [※스포일러 주의※ 아이는 결국 태어난다(!)]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에 관해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이 책을 왜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하다보면 나에 관한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다. 또한 생각을 앞지르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친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렴 어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누구를 설득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작가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마치 받을 사람 없는 편지를 쓰는 것 같이 느껴져 오로지 나를 위한 글을 쓸 때 오는 낯간지러움을 피할 수가 없다. 사..